그리고서점
책방이 단순히 책만 파는 공간이 아닌 동네 문화 사랑방으로서의 역할을 확대해 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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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을 소개해 주세요
제주도 서쪽 시가 흐르는 물메마을에서 조그마한 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정현덕입니다.
어린이 책부터 인문, 철학, 문학, 과학, 자기계발, 경제, 취미, 만화, 초등참고서 등 다양한 책을 큐레이션하고 있으며 동네 아이들이 책방에 편안하게 왔으면 하는 바람으로 문구류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리고서점의 ‘그리고’에는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무언가를 그린다는 뜻의 그리고(draw), 무언가를 더한다는 뜻의 그리고(and). 그래서 책을 통해 꿈을 그리고 책이 주는 위안과 기쁨을 삶에 더 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공간을 운영하게 된 특별한 계기나 이야기가 있나요? 어떤 꿈을 가지고 시작하셨는지 궁금해요.
십여 년 전 직장에서 제주도에 발령을 받아 2년 근무를 했습니다. 다시 육지에서 근무를 하는 중 설문대 할망이 저를 찾는지 계속 제주도가 그립고 생각이 나 큰 아이 초등학교 입학을 계기로 직장 생활을 정리하고 제주도로 이전하였습니다.
그냥 책이 좋고 어릴 적 꿈이었던 서점 주인이 되고자 책방을 열게 되었어요. 제 이웃들이 좋은 책을 많이 읽고 그 책을 통해 즐거움과 위안, 행복을 많이 느꼈으면 하는 바람으로 운영 중입니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어릴 적 한 기억에 우리 동네에 서점이 있었고 그 서점에 아빠, 엄마 손잡고 놀러 와 책을 고르고, 그 책이 너무 재미있었던 기억을 남겨 주고 싶기도 합니다.

운영하시는 공간의 자랑거리나 다른 곳과 차별화되는 매력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그냥 책이 좋아요’라는 모토 아래 진열된 그리고서점의 북큐레이션입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인생 2막을 위해 독서심리상담사, 사서자격증을 취득하였고 책방을 운영하면서 동화구연지도사, 북큐레이션1급 자격증을 취득하였습니다. 올해부터는 한국독서교육연구학회에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재미있게 읽을만한 책,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책을 고를 수 있는 안목을 키우고자 노력 중입니다.
그 중에서도 책을 통해 좋은 인연을 만들어 가고 있는 출판사를 알리고자 토일렛프레스, 책사람집, 수오서재 등 출판사별로 큐레이션을 한 서가와 인생 멘토이신 구본형 작가와 변화경영연구소의 책들을 별도로 모아놓은 서가에 애정을 많이 쏟고 있습니다.

이 마을의 가장 큰 매력과 특별한 점을 하나 말해주신다면요?
물이 좋고 산이 좋아 물메 마을이라 불리는 애월 수산리는 문화와 시를 사랑하는 주민들과 수산봉과 수산저수지, 500여 년 된 천연기념물 곰솔 나무 그리고 물메 밭담길, 올레 16길이 지나가는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한국시인협회에서 추천받은 한국 100대 시인의 시로 만든 116개의 시비가 마을 곳곳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마을을 산책하다 내가 좋아하는 시가 새겨진 시비를 만나면 소리를 내 시 한 편 읽어 보세요. 내 안의 감수성이 깨어나는 경험을 하실 수 있습니다.

공간을 찾는 여행객들에게 제공하는 특별한 경험이나 서비스가 있다면 무엇인지 알려주세요.
핸드드립 커피입니다.
직장을 그만두고 실업급여를 받는 동안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하였습니다. 직장 생활을 하는 동안 믹스 커피가 최고인 줄 알다가 바리스타 자격증과 함께 커피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습니다. 좋은 원두를 구해 커피를 내리고 책방을 찾아오신 분들과 함께 마시며 책 이야기, 인생 이야기를 나눌 때 참 행복한 그리고서점이 되는 것 같습니다.
원하시는 모든 분들께 무료로 제공해 드리고 있으며 커피를 못 마시는 분들을 위한 다양한 차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공간을 운영하면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기억에 남는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원사업을 통해 연간 20여회의 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작은음악회, 북토크, 마을트래킹 등 다양한 작가들과 함께 소소하지만 재미난 작당들이었습니다.
행사를 마치고 “우리 마을에 서점이 있어서 너무 좋다.”, “이런 행사는 대도시에서나 경험하는 건 줄 알았는데 편하게 참석할 수 있어 참 좋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참 뿌듯했습니다.
5년째 서점을 운영하면서 기억에 남는 손님들이 많지만 지금 딱 떠오르는 두 분을 뽑으면 서점 북토크 행사 소식을 듣고 멀리 대구에서 찾아오신 손님. 이번 제주도 여행 목적은 실연을 아픔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며 자신이 사랑을 사랑한 것인지, 사람을 사랑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하며 김금희 작가의 ‘너무 한낮의 연애’를 구매하신 손님이 기억납니다.


마을 주민들과 함께 진행하는 활동이나 협력하는 부분이 있나요?
21년 제주문화예술재단의 고치가치 프로젝트 ‘시야, 너는 참 아름답구나’라는 시축제를 진행하면서 마을 주민들에게 서점을 알리고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특히 수산리새마을작은도서관의 활동가분들의 도움이 컸습니다.
마을 밭담길 트레깅 행사에는 우거진 풀을 제거해주고 공간이 필요하면 마을 회관을 대관해주기도 하며 물메초등학교 졸업생들에게 그리고서점 상품권을 구매해서 졸업선물로 전달합니다.
저는 마을 아이들을 모아 도서관에서 책읽기 수업을 진행하고 도서관에서 주관하는 물메작가작품전시회를 함께 기획하기도 합니다.
마을 특산품인 초당옥수수를 알리고자 공동구매도 진행하고 올해 6월에는 초당옥수수와 함께하는 책 축제_수산저수지 곰솔 나무 일대 야외도서관 운영 및 공연, 초당옥수수 시식행사를 진행하였습니다.
수산리새마을작은도서관과 책이라는 공통적인 분모로 마을에서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있습니다.

공간 운영 중에 겪으신 어려움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느끼는 보람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하고 싶고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어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다만 경제적으로, 작은 책방 운영을 통해 수익을 내기 힘들어 가정 경제에 도움을 주지 못해 앞으로 지속 가능한 책방 운영에 대해 고민이 있습니다.
책방이 단순히 책만 파는 공간이 아닌 동네 문화 사랑방으로서, 하나의 문화 공간으로서 역할을 확대해 나가고 싶습니다.
클릭 몇 번이면 쉽고 편하게 책을 구할 수 있지만 그리고서점을 생각해 일부러 책을 주문하고 찾으러 오는 수고로움을 감수해주시는 책을 사랑하는 고마운 분들 덕분에 서점을 운영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하루 중 우리 공간이 가장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 책을 보다가 문득 고개를 들었을 때 보이는 그리고서점 글씨가 새겨진 창문 너머로 보이는 흰 구름과 파란 하늘
– 책을 고르다가 윤종신의 ‘오래전 그날’ (or 이문새의 ‘옛사랑’) 노래가 흘러나와 옛 추억에 잠겨 잠시 눈을 감고 음악을 감상할 때
– 정진호 작가의 ‘위를 봐요’ 그림책을 보고 울컥하며 감동을 할 때
– 사랑하는 사람에게 책 선물을 하기 위해 그 사람을 생각하며 책을 고르고 있는 모습을 볼 때


마을에 여행 오는 분들께 추천하고 싶은 숨은 명소가 있다면 어디인가요?
아침 해가 떠오르기 전 새벽의 수산저수지 산책을 추천해 드려요.
500년된 천연기념물 곰솔 나무 옆에 서서 고요한 물안개가 살짝 피어있는 저수지와 건너편 마을을 바라보고 있으면 새벽 아침의 상쾌함과 멋진 풍경이 주는 감동이 밀려옵니다. 시간을 잘 맞춰 새벽 종소리까지 울리면 더 금상첨화에요.